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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 비친 어머니와 아이

우물에 비친 어머니와 아이

따스한 미색 바탕 위로, 아이를 등에 업은 어머니가 마당의 돌우물(쓰쿠바이) 쪽으로 허리를 살짝 굽혀 물속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정교하게 조각된 돌우물 표면의 물수면에는 등에 업힌 아이와 어머니의 얼굴이 또렷하게 비쳐 있어 위트 있으면서도 미학적인 재미를 줍니다. 여인의 곁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반갑게 쪼그려 앉아 수풀 사이로 여인을 올려다보고 있으며, 칠흑 같은 흑발과 정교한 오비 문양, 흘러내리는 기모노 자락의 유려한 선이 조화를 이루어 에도 시대 마당의 정겨운 일상을 직관적으로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고요한 정원, 우물물 속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모자의 순간에서는 포근하면서도 아련한 서정이 물씬 풍겨옵니다. 실제 모습에서는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의 정면 표정이 물길 위에 떠오르는 반사 연출과, 발밑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강아지의 무구한 자태가 화면 전체에 따스한 온기와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정교하게 그려진 돌의 질감과 식물들의 절제된 배치가 조화를 이루며 일상 속 가장 소중하고 정겨운 찰나를 아름답게 품어냅니다.

이 작품은 18세기 후반 에도시대 우키요에의 거장이었던 키타가와 우타마로(喜多川歌麿)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목판화 우물물에 비친 모자(또는 아이를 업은 여인)입니다. 우타마로는 미인화의 독보적인 대가로, 거울이나 물에 비친 모습 같은 시각적 착시와 착상을 활용해 인물 간의 친밀한 교감과 일상의 순간을 감각적으로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습니다.

작품이 제작된 18세기 말 에도 시대는 도시 대중문화와 일상 풍속 판화가 크게 번성하던 시기였습니다. 우타마로는 특유의 미려한 필치와 세밀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아이를 업은 어머니의 따스한 자태와 우물 속에 비친 미소를 정교한 목판 기술로 결합하여 당대 대중에게 깊은 공감과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그림 우측 상단을 보면 제표 단자에 한자로 연작 명칭인 '兒職手藝乃三笑(아이 놀이 및 가사 관련 연작)' 구절이 적혀 있으며, 그 아래에는 우타마로의 서명인 '哥麻呂筆(우타마로 필)' 한자 낙관이 정갈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이는 당대 풍속화 거장 우타마로의 명작임을 보여주는 증거이자, 정겨운 일상의 순간을 간직하고자 했던 에도 시대 판화 컬렉션 문화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백여 년의 세월을 넘어 이 따스하고 감각적인 모자 풍속 판화는 현재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중히 보존되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