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타미가우라의 세 미인

후타미가우라의 세 미인

푸른 파도가 일렁이는 바닷가, 기모노 자락을 살포시 올려 잡은 세 여인이 바닷물에 발을 담근 채 거닐고 있습니다. 맨 왼쪽 여인은 한 손으로 햇살을 가리며 먼 바다를 바라보고, 가운데와 오른쪽 여인은 발끝에 닿는 시원한 물살을 느끼듯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있습니다. 보라, 황토, 자줏빛의 다채로운 기모노와 정교하게 틀어 올린 머리 모양이 붉게 물드는 노을빛 하늘, 그리고 배경에 금줄(시메나와)로 연결된 신성한 부부바위(메오토이와)와 어우러져 화려하면서도 감각적인 동감을 직관적으로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잔잔한 파도 소리가 울려 퍼지는 해변가, 물결에 옷자락이 젖을세라 차분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여인들의 모습에서는 우아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서정이 물씬 풍겨옵니다. 인물들의 고운 흰 피부와 푸른 바닷물, 그리고 화려한 의상 색채가 선명하게 대비를 이루며, 에도 시대 풍속의 한 장면을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게 품어냅니다. 파도의 율동감 속에서 스며 나오는 여성스러운 자태와 자연의 조화가 보는 이의 시선을 매혹적으로 끌어당깁니다.

이 작품은 18세기 후반 에도시대 우키요에의 거장이었던 키타가와 우타마로(喜多川歌麿)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목판화 후타미가우라의 세 미인(또는 바닷가의 세 미인)입니다. 우타마로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미인화(美人畫)의 일인자로, 인물들의 섬세한 표정과 자태, 그리고 풍경 속 유기적인 동선을 감각적으로 담아내어 에도 우키요에의 황금기를 이끌었습니다.

원본

작품이 제작된 에도 시대 후기는 대중문화와 여행, 풍속 기행이 크게 번성하던 시기였습니다. 우타마로는 이세 신궁 참배 길의 명소로 유명했던 후타미가우라(二見浦)의 신성한 부부바위를 배경으로, 당대 미인들의 여가와 풍류를 감각적으로 그려내어 대중에게 명소의 정취와 미인화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선사하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림 우측 하단을 보면 우타마로의 서명인 '哥麿筆(우타마로 필)' 한자 낙관과 출판인의 방인이 정갈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이는 당대 미인화의 거장 우타마로의 작품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이자, 아름다운 풍속 판화를 감상하고 간직하고자 했던 에도 시대 판화 컬렉션 문화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백여 년의 세월을 넘어 이 화려하고 우아한 미인 판화는 현재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중히 보존되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