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아이
따스한 노란빛 여백을 배경으로, 무릎을 세우고 비스듬히 앉은 어머니와 바닥에서 고개를 들어 손가락으로 어머니를 가리키는 아이의 단란한 한때가 그려져 있습니다. 높게 올려 빗은 정갈한 흑발에 빗을 찌른 어머니는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짚은 채 그욱하고 다정한 눈길로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으며, 붉은 옷을 누벼 입은 아기자기한 아이의 천진난만한 표정과 발끝의 동작이 강한 생동감을 자아냅니다. 분홍빛 체크무늬 기모노와 짙은 녹색 하의, 그리고 아기의 붉은 의상이 이루는 따뜻한 색채 조화가 모자간의 애정 어린 교감을 직관적으로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고요한 집 안, 어머니와 아이 사이에 오가는 따스한 시선 교환에서는 모성애가 품은 깊은 온기와 포근한 서정이 물씬 풍겨옵니다. 나른한 듯 편안하게 몸을 기댄 어머니의 유연한 몸짓과, 세상을 향해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반짝이는 아이의 작고 소중한 자태가 화면 전체에 평화로운 몰입감을 불어넣습니다. 절제된 먹선과 따스한 색채의 조화가 에도 시대 일상 속 가장 소중하고 정겨운 순간을 한 편의 시처럼 아늑하게 감싸 안아 줍니다.
이 작품은 18세기 후반 에도시대 우키요에의 거장이었던 키타가와 우타마로(喜多川歌麿)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목판화 어머니와 아이(또는 모자도)입니다. 우타마로는 미인화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자식 간의 다정한 일상과 애정을 담아낸 '모자화(母子畫)' 연작에서도 독보적인 감각을 발휘하여 에도 우키요에의 황금기를 이끌었습니다.
작품이 제작된 18세기 말 에도 시대는 도시 대중문화와 풍속 판화가 크게 번성하던 시기였습니다. 우타마로는 특유의 섬세한 필치와 따스한 감성으로, 당시 화려한 유곽 미인도 외에도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모자간의 끈끈한 유대와 일상의 인간미를 감각적으로 그려내어 대중에게 깊은 공감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림 좌측 중앙을 보면 우타마로의 서명인 '哥麿筆(우타마로 필)' 한자 낙관과 방인이 정갈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이는 당대 풍속화의 거장 우타마로의 명작임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이자, 모성애와 일상의 온기를 간직하고자 했던 에도 시대 판화 컬렉션 문화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백여 년의 세월을 넘어 이 따스하고 아름다운 모자 판화는 현재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중히 보존되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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