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절 장식과 미인들
은은한 미색 바탕 위로, 음력 5월 단오절(단고노셋쿠)을 맞아 액운을 막는 종규(쇼키) 그림이 그려진 장식 깃발과 무사 장식 앞에 여인들과 어린아이가 함께 모여 있습니다. 앞쪽에 앉은 청푸른색 기모노의 여인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손가락을 들어 장식을 가리키는 아이를 따스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아이는 목검을 차고 깃발을 가리키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뒤편의 여인은 보랏빛 보자기와 체크무늬 기모노를 입고 차분한 시선으로 이들을 지켜보고 있어, 에도 시대 단오 명절의 정겨운 분위기와 모자 간의 친밀한 호흡을 직관적이고 감각적으로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단오 명절을 맞이하여 아이의 건강과 행운을 비는 가정의 풍경 속에서는 포근하면서도 아련한 서정이 물씬 풍겨옵니다. 역병과 액운을 쫓는 붉은 종규도(鍾馗圖) 깃발의 대담한 연출과, 이를 가리키는 아이의 작은 손짓, 여인의 단정한 목선과 이목구비가 화면 전체에 따스한 온기와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배경의 푸른 칠보 문양 벽면과 실내 장식의 세밀한 묘사, 절제된 색채감이 조화를 이루며 에도 시대 명절날의 소중한 한때를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게 품어냅니다.
이 작품은 18세기 후반 에도시대 우키요에의 거장이었던 키타가와 우타마로(喜多川歌麿)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목판화 단오절의 모자와 미인(또는 종규 깃발과 아이)입니다. 우타마로는 미인화의 독보적인 대가로, 당대 여인들의 아름다운 자태뿐만 아니라 단오나 상사절 같은 계절 명절 속 가족의 일상과 아이를 향한 모성애를 감각적으로 담아내어 에도 우키요에의 황금기를 이끌었습니다.
작품이 제작된 18세기 말 에도 시대는 도시 대중문화와 연중행사, 그리고 우키요에 판화 제작 기술이 최고조로 발전하던 시기였습니다. 우타마로는 특유의 미려한 필치와 정교한 목판 기술을 결합하여, 남자아이의 성장을 축하하는 단오절의 독특한 장식 기물들과 인물들의 따스한 표정을 감각적으로 표현하여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림 좌측 상단을 보면 단오절의 유래와 액막이 의식에 관한 설명 글귀가 정갈한 흘림체로 적혀 있으며, 좌측 중단에는 우타마로의 서명인 '哥麻呂筆(우타마로 필)' 한자 낙관과 하단 방인이 새겨져 있어 당대 풍속화 거장의 명작임을 보여줍니다. 백여 년의 세월을 넘어 이 우아하고 따스한 명절 풍속 판화는 현재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중히 보존되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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