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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지피는 두 여인

불을 지피는 두 여인

따스한 미색 바탕 위로, 아궁이(화로) 앞에 앉아 대나무 대통을 입에 물고 불을 지피는 여인과 그 뒤에서 찻잔을 든 채 음식을 조리하는 여인의 모습이 정겹게 그려져 있습니다. 머리에 흰 수건을 동여맨 여인은 볼이 빵빵해지도록 숨을 불어넣어 불씨를 살리고 있으며, 아궁이 위로는 희미한 연기가 피어올라 공기 중으로 흩어집니다. 뒤편의 여인은 한 손에 찻잔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젓가락을 들어 상태를 살피며 차분한 시선을 아래로 두고 있습니다. 인물들의 생동감 넘치는 생활형 포즈, 체크 무늬와 잔꽃 무늬 기모노, 그리고 피어오르는 연기의 유려한 곡선선이 어우러져 에도 시대 부엌의 소박하고 정겨운 일상을 직관적으로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불꽃을 피워 올리는 삶의 현장 속, 두 여인이 나누는 묵묵한 호흡에서는 포근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서정이 물씬 풍겨옵니다. 불을 부는 여인의 사실적인 표정과 손끝 동작,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화면 전체에 미소를 자아내는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정교하게 표현된 가구와 화로의 질감, 그리고 두 인물의 대비되는 의상 색채가 조화를 이루며 에도 시대 여염집 일상의 따뜻한 찰나를 아름답게 품어냅니다.

이 작품은 18세기 후반 에도시대 우키요에의 거장이었던 키타가와 우타마로(喜多川歌麿)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목판화 불을 지피는 여인들(또는 부엌의 미인들)입니다. 우타마로는 화려한 미인도뿐만 아니라 가사 노동이나 일상 속 여인들의 세밀한 순간과 생생한 표정을 관찰하여 감각적으로 그려내는 데에도 탁월한 재능을 보였습니다.

작품이 제작된 18세기 말 에도 시대는 도시 대중문화와 풍속 판화가 크게 번성하던 시기였습니다. 우타마로는 특유의 섬세한 필치와 세밀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대나무 관으로 불을 지피는 순간의 볼 부풀림과 같은 미세한 신체 표현을 정교한 목판 기술로 구현하여 당대 대중에게 큰 공감과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그림 우측 중앙을 보면 우타마로의 서명인 '哥麻呂筆(우타마로 필)' 한자 낙관이 새겨져 있어 당대 풍속화 거장의 작품임을 보여줍니다. 백여 년의 세월을 넘어 이 따스하고 생동감 넘치는 일상 풍속 판화는 현재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중히 보존되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