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밤, 하나의 우산 아래 미인들
쏟아지는 빗줄기 속, 노란색과 푸른색이 조화로운 커다란 대나무 지우산(화우산)을 함께 쓴 두 여인이 길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뒤편의 여인은 한 손으로 우산대를 잡은 채 정면을 내려다보고 있으며, 머리에 꽂힌 황금빛 빗과 칸자시가 세련된 멋을 더합니다. 앞선 여인은 잔꽃무늬가 수놓아진 푸른 기모노를 입고 손등으로 칠기 상자를 든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작은 등불(또는 손화로)을 들어 발밑을 밝히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사선으로 그어진 빗줄기 선과 그늘진 밤길을 밝히는 구도가 어우러져, 에도 시대 비 내리는 밤의 정취와 두 여인의 다정한 동행을 직관적이고 감각적으로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빗소리가 가득한 밤거리, 하나의 우산 아래 서로에게 의지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두 여인의 모습에서는 운치 있으면서도 아련한 서정이 물씬 풍겨옵니다. 인물들의 부드러운 목선과 섬세한 눈매, 잔머리의 세밀한 표현이 화면 전체에 고요하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습니다. 커다란 우산의 방사형 선과 사선의 빗줄기, 그리고 어두운 배경 속에서 도드라지는 인물들의 색채 대비가 우키요에 특유의 미학적 몰입감을 포근하게 안겨줍니다.
이 작품은 18세기 후반 에도시대 우키요에의 거장이었던 키타가와 우타마로(喜多川歌麿)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목판화 우산 속 두 미인(또는 밤비 속의 여인들)입니다. 우타마로는 여성의 상반신을 도드라지게 포착하는 '오쿠비에(大首絵)' 기법의 독보적인 대가로, 당대 미인들의 아름다운 자태뿐만 아니라 비나 밤과 같은 기후·계절적 배경 속 인물 간의 호흡을 감각적으로 담아내어 에도 우키요에의 황금기를 이끌었습니다.
작품이 제작된 18세기 말 에도 시대는 도시 대중문화와 야간 풍속, 그리고 우키요에 판화 제작 기술이 최고조로 발전하던 시기였습니다. 우타마로는 특유의 미려한 필치와 정교한 목판 기술을 결합하여, 쏟아지는 비를 묘사하는 정교한 먹선과 밤길을 밝히는 미인들의 우아한 동작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림 좌측 하단을 보면 우타마로의 서명인 '哥麻呂筆(우타마로 필)' 한자 낙관과 출판인 방인이 정갈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이는 당대 미인화 거장 우타마로의 명작임을 보여주는 증거이자, 비 오는 날의 정운과 미인의 자태를 간직하고자 했던 에도 시대 판화 컬렉션 문화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백여 년의 세월을 넘어 이 운치 있고 아름다운 미인 판화는 현재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중히 보존되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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