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연 코핏의 초상 (Portrait of Oopjen Coppit)
'오프연 코핏의 초상'은 네덜란드 황금기를 대표하는 거장 렘브란트 판 레인(Rembrandt van Rijn, 1606–1669)이 1634년 캔버스에 유채로 완성한 대형 전신 초상화 명작으로, 현재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ksmuseum)이 공동 소장하고 있습니다.
암스테르담의 부유한 상인 마르텐 솔만스(Marten Soolmans)와 그의 신부 오프연 코핏의 결혼을 기념하여 제작된 이 작품은, 렘브란트가 남긴 몇 안 되는 실물 크기 전신 초상화 쌍(Pair) 중 하나입니다. 당시 네덜란드 신흥 귀족층의 부와 사회적 지위를 증명하는 화려한 복식과 렘브란트 특유의 정교한 빛 묘사가 어우러져 17세기 북유럽 초상화 예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유산입니다.
화면 중심에 정갈하게 서 있는 오프연 코핏의 우아한 자태가 신비로운 아우라를 선사합니다.
• 목과 어깨를 감싸는 섬세한 레이스 칼라와 정교한 손목 장식, 그리고 흑단빛 실크 드레스의 주름결이 렘브란트의 뛰어난 질감 표현력을 보여줍니다.
• 오른손에는 금빛 체인으로 연결된 타조 깃털 부채를 쥐고 있으며, 드레스 하단으로 살짝 드러난 신발 위의 은빛 로제트 장식이 화려함을 더합니다.
• 은은하게 퍼지는 명암 대조(키아로스쿠로)를 통해 어두운 배경 속에서 오직 인물의 기품 있는 표정과 고급 직물의 입체감이 도드라집니다.
어둠을 뚫고 정면을 응시하는 여인의 아득한 시선 속에서 네덜란드 황금기의 찬란했던 영광을 마주합니다. 거장은 얇은 유유 물감을 겹겹이 올려 정교한 레이스의 문양과 묵직한 실크의 중량감을 화폭 위에 세워 올렸습니다.
굳게 다문 입술과 기품 있는 태도 너머에는 당대 최고 유력 가문의 여성이 가졌던 자부심과 정숙함이 서려 있습니다. 세월의 흐름 속에 유화의 그윽함이 얹혔으나, 거장이 포착해 낸 우아한 자태와 빛의 흔적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묵직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이 작품은 미술사에서 유례없는 대규모 공동 매입으로 화제를 모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품고 있습니다.
원래 19세기부터 로스차일드 가문이 소장하고 있던 이 쌍 초상화('마르텐 솔만스의 초상'과 '오프연 코핏의 초상')는 2015년 매물로 나왔을 당시 프랑스와 네덜란드 양국 간의 치열한 매수 경쟁 대상이 되었습니다. 국제적인 협의 끝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이 1억 6,000만 유로(한화 약 2,100억 원)라는 거액을 반씩 부담하여 공동으로 매입했습니다.
어느 한쪽의 소유로 귀속되지 않고 두 국가의 대표 미술관이 번갈아 전시하는 유일무이한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은 이 명작은, 렘브란트의 전성기 필력과 르네상스·바르크 초상 예술의 미학적 정수를 증명해 주는 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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