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두상 습작 (Grotesque Head / Study of a Man's Head)
'남성의 두상 습작'은 르네상스 최고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가 1495년경 종이에 붉은 초크 또는 붉은 세피아 잉크와 펜을 사용하여 그려낸 인상학 및 그로테스크 두상 연구 소묘 작품으로, 현재 영국 왕실 소장품(Royal Collection, Windsor Castle) 등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밀라노 공국의 루도비코 스포르차 궁정 화가로 재직하며 '최후의 만찬' 등 주요 대작을 구상하던 시기, 레오나르도는 다양한 인간의 감정과 골격, 그리고 독특한 얼굴 생김새를 탐구하기 위해 세밀한 인상학(Physiognomy) 드로잉을 다수 남겼습니다.
당시 르네상스 미술이 비현실적이고 완벽한 고전적 미인상만을 추구하던 경향과 달리, 레오나르도는 거리와 시장을 다니며 관찰한 강렬하고 특징적인 이목구비를 기하학적이고 해부학적인 눈으로 다듬어냈습니다. 거친 듯 꼬인 곱슬머리와 독특한 턱선, 튀어나온 코를 지닌 이 남성의 측면 초상은 인간 얼굴이 지닌 다양성과 감정적 깊이를 탐구했던 거장의 대표적인 기하학적·인상학적 드로잉 유산입니다.
화면 가득 왼쪽을 향해 배치된 남성의 측면 두상은 강렬하면서도 오묘한 아우라를 선사합니다.
• 풍성하게 불어난 곱슬머리의 불규칙한 곡선들은 인물의 강한 개성과 동적인 생동감을 보여줍니다.
• 튀어나온 이마와 매의 부리처럼 굽어진 매부리코, 튀어나온 아래턱과 thick 한 입술은 인상의 특징을 극대화한 조형적 구도를 형성합니다.
• 뺨과 목 근육을 따라 촘촘하게 그어진 왼쪽 방향의 빗금(해칭)은 레오나르도 특유의 왼손잡이 드로잉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며 묵직한 음영과 입체감을 완성합니다.
세월의 굵은 주름과 강렬한 인상 뒤에 숨겨진 한 인간의 진솔한 생명력을 마주합니다. 거장은 완벽하게 정제된 미형의 얼굴 대신, 지상 위에 실재하는 인간의 고유한 생김새에 펜 끝을 대어 차분한 먹빛 선으로 생생한 인상을 그려냈습니다.
굳게 다문 입술과 강렬한 눈매 속에는 삶의 굴곡을 견뎌낸 인간 본연의 고집과 위엄이 서려 있습니다. 머리카락의 어지러운 곡선들과 턱선의 단단한 음영은 단순한 기괴함을 넘어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닌 무한한 생김새의 오묘함을 증명합니다. 세월이 흘러 종이는 빛바랬으나, 거장의 눈길이 머물렀던 그 순간의 치열한 관찰력과 정교한 손길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화폭 위에서 찬란한 감동으로 살아 숨 쉽니다.
이 드로잉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평생 동안 제작했던 '그로테스크 두상(Grotesque Heads)' 연작 중 하나로, 훗날 캐리커처(만화적 인물화) 역사에 거대한 영향을 미친 명작입니다.
레오나르도는 단순히 잘생긴 얼굴만을 그리는 것에 반대하며 "아름다운 형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와 대척점에 있는 기괴하고 독특한 형상 또한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그의 작업 노트에서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신념에 따라 길거리나 저잣거리에서 특이한 외모를 지닌 이들을 발견하면 온종일 뒤따라 다니며 그들의 특징을 기억해 스케치북에 남겼다는 유명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전해집니다.
또한 이 드로잉에서 시도된 강렬한 이목구비 연출과 근육 표현은 '최후의 만찬' 속 사도들의 다채로운 얼굴과 역동적인 감정 변화를 다듬는 데 직접적인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인간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과 관찰력이 빚어낸 이 인상학 스케치는, 예술과 인체 관찰이 완벽히 만나는 르네상스의 소중한 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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