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래아 호수의 폭풍/ 갈릴리 바다의 폭풍 (The Storm on the Sea of Galilee)
'갈릴래아 호수의 폭풍'은 네덜란드 황금기를 대표하는 거장 렘브란트 판 레인(Rembrandt van Rijn, 1606–1669)이 1633년에 완성한 유일한 해양 풍경 유화 대작으로, 본래 미국 보스턴의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에 소장되어 있던 대표작입니다.
신약성경 마르코복음 4장에 등장하는 기적 이야기로, 갈릴래아 호수를 건너던 중 갑작스럽게 휘몰아치는 거센 폭풍우 속에서 배가 침몰할 위기에 처하자 공포에 질린 제자들이 잠들어 계시던 예수 그리스도를 깨우는 비극적이고 극적인 순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렘브란트가 암스테르담에 안착한 직후 완성한 이 명작은 휘몰아치는 파도의 위력과 인간이 느끼는 극도의 절망, 그리고 신성한 정적이 교차하는 순간을 특유의 극적인 키아로스쿠로(명암 대조) 기법으로 완벽히 집약해 낸 걸작입니다.
화면 좌측 사선으로 길게 기울어진 배의 돛대와 거칠게 치솟는 흰 파도는 거대한 자연의 분노를 역동적으로 보여주며, 찢어질 듯 팽팽한 돛을 잡으려고 사투를 벌이는 제자들의 움직임이 절박한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반면 화면 우측 하단의 어두운 그늘 속에는 평온하게 고요를 유지하며 제자들의 울부짖음을 듣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 앞에 엎드린 이들이 배치되어 극적인 조형적 대립을 이룹니다. 하늘을 가른 먹구름 사이로 거세게 내리쬐는 한 줄기 빛은 솟구치는 파도 입자들과 인물들의 절규하는 표정을 선명하게 부각하며 생과 사의 경계를 선명하게 가로지릅니다.
휘몰아치는 시퍼런 파도와 찢어지는 바람 소리 속, 죽음의 공포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는 제자들의 떨리는 숨소리와 그 한가운데 나지막이 감도는 신성한 정적을 마주합니다. 거장은 캔버스 위에 두껍고 묵직한 물감을 빛과 어둠의 파도로 쌓아 올려, 대자연의 거대한 위엄 앞에 무력하게 흔들리는 인간의 유약함과 그 어둠을 뚫고 피어나는 구원의 빛을 화폭 위에 세워 올렸습니다.
치솟는 거품 위로 스며드는 은은한 광채와 뱃전 뒤편으로 몰려드는 먹구름의 묵직한 실루엣 너머에는, 삶의 사나운 풍랑 속에서도 인간 본연의 믿음과 평온을 묻고자 했던 화가의 깊은 미학적·영적 통찰이 서려 있습니다. 세월의 흐름 속에 화폭은 예스런 빛으로 바랬으나, 렘브란트 특유의 강렬한 붓질과 빛의 진동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화폭 위에서 깊은 미학적 감동으로 빛납니다.
이 작품은 미술사상 가장 전설적이면서도 안타까운 희대의 도난 사건이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품고 있습니다.
1990년 3월, 경찰관으로 위장한 도둑들이 보스턴의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에 침입하여 이 작품을 포함한 렘브란트, 페르메이르의 명작 13점을 액자에서 도려내어 도난당했습니다. 현재까지도 작품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미술관에는 렘브란트가 남긴 유일한 바다 풍경화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빈 액자만이 걸려 있습니다. 또한 이 그림 속 배에 탄 14명의 인물 중 돛을 잡고 관람객 쪽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한 인물이 렘브란트 자신의 자화상으로 알려져 있어, 수난 속에서 예술가로서 현장을 함께 목격하고자 했던 화가의 대담한 연출력을 증명해 주는 소중한 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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