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도 디 반디노 바론첼리의 교수형 (Execution of Bernardo di Bandino Baroncelli)

베르나르도 디 반디노 바론첼리의 교수형 (Execution of Bernardo di Bandino Baroncelli)

'베르나르도 디 반디노 바론첼리의 교수형(Execution of Bernardo di Bandino Baroncelli)'은 르네상스 최고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가 1479년 12월 28일 종이에 펜과 갈색 먹물을 사용하여 현장에서 직접 그려낸 역사적 소묘 작품으로, 현재 프랑스 바이온의 보나-헤뇌 박물관(Musée Bonnat-Helleu, Bayonne)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1478년 피렌체에서는 로렌초 데 메디치(Lorenzo de' Medici)와 그의 동생 줄리아노 데 메디치를 암살하려 했던 '파치 가문의 음모(Pazzi Conspiracy)'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암살 시도 당시 줄리아노 데 메디치를 칼로 질러 치명상을 입힌 주모자 중 한 명이 바로 은행가 베르나르도 디 반디노 바론첼리였습니다. 사건 직후 이스탄불로 도주했던 바론첼리는 메디치 가문의 요구로 체포되어 피렌체로 송환되었고, 1479년 12월 28일 바르젤로 궁전(Palazzo del Bargello) 창문에서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당시 20대 후반이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교수형이 집행되던 현장에 서서 처형당한 범인의 모습을 매우 객관적이고 세밀하게 화폭에 담아냈습니다.

밧줄에 목이 매달린 채 늘어져 있는 시신의 형상은 서늘하고도 정밀한 스케치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고개가 힘없이 처진 두상, 늘어진 옷자락의 주름, 그리고 허공에 뜬 발끝의 각도는 죽음이 가져온 중력의 무게를 사실적으로 드러냅니다. 스케치 상단에는 레오나르도 특유의 '거울 반사 문자'로 처형된 인물이 입고 있던 의복의 재질과 색상이 치밀하게 메모되어 있으며, 하단에는 인물의 표정을 따로 정밀하게 관찰한 작은 두상 소묘가 함께 배치되어 있습니다.

허공에 매달린 한 인간의 비극적인 마지막 모습을 마주합니다. 거장은 정치적 분노나 감정적 선동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선으로 죽음의 순간을 종이 위에 정갈하게 그어 내려갔습니다.

밧줄 끝에 매달린 옷자락의 주름과 힘없이 늘어진 발끝은 생명이 떠나간 육신이 지닌 고요한 정적을 말해줍니다. 상단에 적힌 세밀한 옷감의 기록은 예술가이기 이전에 만물의 현상을 일지로 남기고자 했던 철학자 레오나르도의 치열한 기록 정신을 보여줍니다.

사형대의 스산한 바람 속에 멈춰 선 이 드로잉은, 피렌체의 피비린내 나는 정치적 역사와 인간의 유한함을 담담하게 조명하는 한 편의 서정적 기록화로 다가옵니다.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과 레오나르도의 습관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매우 희귀한 시사적 드로잉입니다.

상단에 빽빽하게 적힌 거울 문자를 해석해 보면 "검은색 탄닌으로 염색된 모자, 검은색 비단 옷, 여우 털로 장식된 깃, 터키석 푸른색 라이닝이 대어진 가운" 등 바론첼리가 처형될 당시 입고 있던 복장의 색상과 재질이 아주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학자들은 레오나르도가 훗날 이 역사적 사건을 대형 유화나 벽화로 재현하기 위한 사전 연구 자료로서 이 스케치를 작성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또한, 이 현장 스케치는 피렌체 르네상스 시기의 가혹했던 사법 집행과 정치적 대립의 단면을 입증하는 중요한 사료이기도 합니다.

범죄자의 처형 장면을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고 의복과 신체 반응을 기록했던 레오나르도의 행위는, 후일 그가 감정이나 관습에 치우치지 않고 인체와 자연의 본질을 사실적으로 파고들게 만든 해부학적 관찰력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전해줍니다.